2007년 12월 30일
금산분리제 폐지, 과연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가?
다들 아시다시피, 얼마 전 이명박 씨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선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이명박 씨는 대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으레 그렇듯이, 이명박 정권에서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나겠지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 추진력 하나는 모두에게 인정받아 온 이명박 씨인 만큼,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보다 컸으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명박 씨의 공약들은 많은 부분에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금산분리제 폐지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 중,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경제 부문에서 커다란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금산분리제 폐지에 대한 논의는 기껏해야 경제인들이나 정치인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보다 금산분리제 폐지가 장기적으로 더 위험할 수도 있음에도 말이지요. 이 글에서는 피상적으로나마 금산분리제 폐지의 의미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금산분리 제도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의 의결권을 분리하도록 강제한 제도' 입니다. 이는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간접투자자산 운용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에 드러나 있으며, 특히 은행법 16조의2 제 1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11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 24조와 부칙 제 5조를 대표적인 금산분리법이라고 봅니다. 먼저, 은행법 16조의2 제 1항에서는
"비금융주력자(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14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등에서 제외되어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자로서 그 제외된 날부터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포함한다. 이하 제2항에서 같다)는 제15조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의결권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4(지방금융기관의 경우에는 100분의 15)를 초과하여 금융기관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라고 하여 비금융주력자, 즉 산업자본은 금융기관의 의결권있는 주식을 4%(지방 금융기관의 경우 15%)초과하여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11조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계열회사주식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1992.12.8, 1996.12.30, 2002.1.26, 2004.12.31, 2007.4.13, 2007.8.3] [[시행일 2007.7.14, 2007.11.4]]
1.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경우
2. 보험자산의 효율적인 운용·관리를 위하여 「보험업법」 등에 의한 승인 등을 얻어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는 경우
3. 당해 국내 계열회사(상장법인에 한한다)의 주주총회에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을 결의하는 경우. 이 경우 그 계열회사의 주식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는 그 계열회사에 대하여 특수관계인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를 제외한 자가 행사할 수 있는 주식수를 합하여 그 계열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가.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나. 정관 변경
다. 그 계열회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부분의 다른 회사로의 양도"
라는 규정을 통해 금융업자가 국내 산업자본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 24조와 부칙 5조에서는 각각
"금융기관 및 그 금융기관과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기관(이하 "동일계열 금융기관"이라 한다)은 다음 각호의 1의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미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다만, 당해 금융기관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에 의하여 인가·승인등을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98·1·8]
1. 다른 회사의 의결권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2. 다른 회사의 의결권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금융기관 또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이 당해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다음 각 호의 구분에 의한 한도를 각각 초과하여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4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시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신설 2007.1.26] [[시행일 2007.4.27]]
1.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5
2.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3"
라고 규정하고 있어, 금융 기관이 산업자본의 의결권을 얻으려 할 때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 기관과 산업 자본이 서로간에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 바로 금산분리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산분리에 대한 규정이 대한민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82년의 일입니다. 그 이래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법률이 금산분리 규정을 유지해 온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금융의 기업 지배 방지와 기업의 금융 지배 방지입니다. 금융 기관은 그 업무의 특성상, 적은 자본금으로 많은 돈을 운용하고 관리합니다. 제조업의 투자는 대부분 자금 투자의 형태로 이행되기 때문에, 자금을 관리하는 금융 기관은 제조업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을 조정하여 한 제조업체 뿐만이 아니라, 제조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입니다. 금산분리가 폐지되어 금융 기관이 일반 기업의 의결권을 가지게 되었을 때, 금융 기관이 그 힘을 남용해 시장 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기업이 그 사회적 지위와 고유 자금력을 이용해 금융 기관에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 기업이 금융 기관의 자금을 기업 보유 자금처럼 운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결국 국민의 돈을 제조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됩니다. 이처럼 금융 기관과 일반 기업 사이에 지배-피지배 구조가 성립할 경우 경제 구조의 문란과 국민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 제도가 제정되고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이 '금융의 기업 견제 기능 유지' 입니다. 기업은 자본금을 투자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주체입니다. 이 때, 필요한 자본금이 기업이 운용할 수 있는 보유 자금의 양보다 크면 기업은 금융 기관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투자 자본금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금융과 산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경우, 이 단계에서 금융 기관은 기업의 투자안을 평가합니다. 대출해 준 금액을 상환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마음 놓고 돈을 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눈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금산분리가 철폐되어 기업이 금융의 의결권을 가지거나 금융이 기업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이러한 견제는 매우 힘들어지게 됩니다. 투자안을 제시하는 주체와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가 하나로 통일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산분리 제도가 기업 활동에 대한 과잉규제이며, 우리 금융의 자율성 확립과 실력 향상을 위해 금산분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는 주로 기업주들과 금융업자들에 의해 제시된 의견입니다. 이들은, 금산분리 제도는 한국의 후진적 금융 시스템 때문에 특별히 존재하는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들은 적대적 M&A의 방지나 국내 금융업의 글로벌 진출 토대 마련을 위해서도 산업 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인수할 만한 금융업자가 없어 해외로 팔려나가야만 했던 금융 회사들의 전례 또한 이들이 금산분리제를 철폐하자고 주장하는 한 근거입니다. 이명박 당선자 또한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여 금산분리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금산분리제를 폐지하면 기업 경영에 높은 자유도와 유동성이 부과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분명 친기업적 정책이고, 동시에 친금융적 정책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자본력을 이용해 금융 회사가 그 크기를 불릴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금산분리제 폐지는 금융 회사의 실력도 키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위험성은 막대합니다. 금산분리 규정이 철폐되면,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은 당연하다는 듯 금융업에 발을 뻗을 것입니다. 금산분리 규정이 유지되고 있는 지금도 삼성과 우리은행 사이의 결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판인데, 금산분리 규정이 철폐되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지요. 대기업의 비호를 받는 금융 회사는 덩치가 커져 다른 금융 회사를 압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기업과 일원화된 금융 회사는 기업의 사금고화될 염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금융 기관의 덩치가 커진다는 것은 곧 많은 국민의 돈을 위탁받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이렇게 커진 은행이 기업주의 사금고로 변질되면 결국 기업이 국민의 돈을 마음대로 굴리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은행은 기업 투자안에 대한 견제 기능 또한 수행합니다.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이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게 될 것이고, 이는 기업의 투자를 더 위험하고 무모하게 할 염려가 있습니다. 금산분리제의 폐지로 기업이 국민의 돈을 운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결국 국민의 돈을 위험하게 하는 것이 됩니다. 게다가, 금산분리 제도가 폐지되어 기업 내부에서 투자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면 국민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범위가 많아져 비리와 부패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요즘 드러나고 있는 대기업들, 특히 삼성의 비리를 살펴볼 때 그들에게 믿고 돈을 맡기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금산분리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근거 중 일부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금산분리 폐지와 기업의 금융기관 경영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국제 표준)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금산분리제를 유지하는 것은 후진적 경제 정책일 뿐이라는 것이 폐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금융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전 세계의 산업자본 292개 중 89%에 달하는 260개 산업자본이 4%미만의 금융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금산분리제가 유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준으로 볼 때도 엄연히 합법인 범위입니다. 또한, 세계 100대 보험사의 경우에도 산업자본의 88.9%가 4%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 영역에서도 사실상 금산분리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경우는 독일의 Bayerische Landesbank (지분율 100%), Deutsche Postbank AG (지분율 50%)와 오스트리아의 RZB (지분율 81.2%), 네덜란드의 BNG (지분율 50%)의 네 경우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과 금융 회사가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금산분리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만을 가지고 금산분리 철폐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기만행위일 것입니다. 또한, 금산분리 철폐를 통해 국내 금융의 외국 인수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금산분리 제도를 철폐하며 외국 산업자본의 투자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금산분리를 철폐하게 되면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산업자본에게 넘어갈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점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 캠프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당선자 캠프에서도 여러가지 보완책을 제시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은행과 대주주간의 거래 제한 등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완책들이 이미 현행법에 의해 규정된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앞에서 언급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11조에 규정되어 있고, 은행과 대주주간의 거래 제한은 은행법 35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명박 후보의 보완책이란 사실 '현행 보완책을 유지한다' 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산분리 제도를 폐지, 혹은 완화하게 되면 우리는 별다른 보완책 없이 그 부작용을 모두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산분리 제도는 앞으로도 지금 형태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개인적 생각의 부분입니다만,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금산분리 제도 하에서도 금융과 기업의 유착에 의한 폐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과 우리은행의 결탁이며, 삼성자동차의 도산 또한 은행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기업 내부의 문제에서 금융과 국민 경제를 아우르는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한 계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금융과 기업의 관계는 좀 더 철저하게 가로질러져야 합니다. 금융이 기업에 대한 견제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는 오히려 기존의 금산분리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금산분리의 강화는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금융의 크기 확장에 제약을 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선결과제가 기업 활동의 촉진이나 금융의 크기 키우기보다는 기업 활동의 투명성 확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금산분리법의 유지와 강화는 꼭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사실, 금산분리의 폐지가 부작용 없이 오로지 순기능으로만 작용하려면 기업인들과 금융인들의 의식 변화가 꼭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 여건상 금산분리는 경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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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난삽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 가지 자료와 법조문만 참고해 쓴 글이라 논리에 무리가 있거나 구조가 빈약할 수가 있습니다. 거침없이 -욕을 하셔도 좋으니-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 또한 검증하려 애썼으나 미처 검증하지 못한 것들도 있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아, 한가지 더. 고쳐야 되니까 퍼가지는 말아주세요.
# by | 2007/12/30 01:33 | 「연구실」 | 트랙백 | 핑백(3)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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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아쟁쿠르 전투(http://kalay.egloos.com/463994)」나 「금산분리제 폐지, 과연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인가(http://kalay.egloos.com/1671991)」등의 글은 도표를 삽입하거나 몇 토막으로 나눠서 다루거나 하면 더욱 읽기 쉬웠을 겁니다. 하지만 왠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 more
... 는 의지박약의 kalay입니다. 오늘은 요새 영화 『sicko』의 개봉과 함께 유명해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제목이 저번에 썼던 글과 비슷한 건 그냥 웃어넘겨 주시면 됩니다. 나름대로 오마쥬 비슷한 거랄까요. 전번에는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대운하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이하 당연지정제) 폐지에 ... more
물론 기업의 사금융화 되는 것도 위협에 해당합니다만..., 자국의 금융시장이 해외 거대금융자본에 휘둘리는 상황은 또 어떨까요? 그것 역시 비극적인 일이지요 인지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토종은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국민은행 뿐이고, 우리은행은 이제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하는 입장이며, 그외의 신한 하나 등등의 모든 금융자본은 이미 외국계 금융자본에 잠식 혹은 흡수통폐합 당한지 오래된 일입니다. 뿐만아니라 HSBC(홍콩상하이은행그룹)같은 거대 해외금융자본이 직접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진입해 오고있는 상황이죠, 다행히 현재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지배력이 거대하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과연 이게 앞으로도 계속될수 있는 균형인지는 우리은행의 주인이 정해지지않은 현시점에선 불투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우리은행이 외국계 기업에 흡수되게 된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의 산업이 외국계 금융기업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한가지 상황의 예를 들면 우리은행을 인수할 국내 금융자본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선 이걸 또 외국에 내어주는 건 금융자본 종속화를 낳으니까 실제로는 외국에 주느냐 국내기업에게 주느냐의 선택으로까지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거대하고 튼튼한 자본을 가진 금융시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금산분리를 폐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서 기업과 은행의 유착만 막으면 그만이지만 문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데 있지요. 외국계 금융자본은 우리가 취약하다는 점을 이용해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번 금산분리제도의 폐지라는 카드는 외국계 기업에 잠식당한 국내 금융자본시장을 기업의 돈으로 되찾아옴과 동시에 거대 금융자본을 키워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거대금융자본의 경쟁체제에 맞서서 싸워보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국내 금융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고요. 항상 문제는 투명성과 공정성입니다. 이것이 갖추어진다면 이번 금산분리제도 철폐는 엄청난 대성공을 거둘 수 있겠지만 또 그게 아니게 된다면 사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형상이 될 수도 있겠지요.
과거 정부들이 큰소리만 떵떵치면서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외치긴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으므로서 현재 금융시장의 외국금융자본의 잠식화가 엄청나게 진행된 상황에선 역시 이걸 뒤집을 만한 카드로서는 이 방법만큼 한방에 여러가지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니 반대만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금산분리 제도 철폐에 상당한 정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백배 동의합니다. 저는 지금의 한국 상황이 그정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 있는 상황, 혹은 그정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삼성은 상속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 금융에 계속해서 손을 뻗쳐 왔고, 이런 삼성에게 금산분리 철폐로 은행을 안겨주는 것은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될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신장하기 위한 보완책들을 발표했지만,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그것들은 결국 현행 제도의 유지 정도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의 금산분리 철폐는 아무래도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부패와 금융의 권한 남용 가능성을 감수하고라도 금산분리를 철폐하는 것과 적절한 제도적 장치와 기업 수준 개선 이후 금산분리를 철폐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대한민국의 상황에 적절한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후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일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도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제 발로 서 있다는 점과 외환은행 지분이 론스타에 의해 국민은행으로 넘어왔다는 점 등에서 미루어 볼 때 당장 금융시장이 외국에 잠식당할 정도의 심각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반면, 지금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각종 기업들의 비리와 국내 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배만 불리려 드는 경영 행태를 볼 때 금산분리 철폐로 인해 일어날 비리들이 국내 금융 시장의 잠식보다 더욱 높은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우리 금융이 거대 금융 자본에 의해 쓰러져 가는 것을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금산분리 철폐만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금산분리 철폐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경제에 장기적, 포괄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이고, 그런 만큼 국내 금융의 당장의 실력 배양을 위해 금산분리 제도를 철폐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현재 상태로도 삼성과 같은 확실한-_- 실례가 있는 상태에서 경쟁력 강화 한가지만을 바라보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것 같아요. 삼성의 돈놀음 주무대(?)가 물론 자금 동원력이 가장 빵빵하다는 보험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은행까지 활짝 열어주는건 좀 나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군요 ㅎㅎ
삼성에게 은행까지 쥐어주기엔, 삼성의 행적이 좀 그렇죠.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도저히 제대로 해 나갈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군요.
특히 다른 나라에는 없는 재벌이란 집단이 은행을 이용해 멋대로 대출해먹고 부도날 걸 생각하면...[덜덜]
흙바람 // 링크 감사합니다. 맞링크 갈게요!
Lucifer // 아무래도 금산분리 철폐가 본 취지대로 이행되려면 주체들의 정의로움이 전제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그정도로 정의로운 산업,금융 주체가 없는 듯 보인다는 거고요.
A-Typical // 예. 앞의 절은 전 세계 산업자본 중 11%가 4%이상의 (의결권 있는) 금융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기업이 은행을 먹는다면, 압도적인 자본을 바탕으로 자기사업에 투자합니다. 리스크가 크죠.
IMF가 정실자본주의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처방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까먹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기업, 우리 기업 하는데 우리기업들이 우리에게 해준건 뭡니까?
사고치고 휠체어 타고 나오기? 비자금 조성 관리 하기? 기름 유출 시키고 모른척 시치미 떼기? 내수용은 비싸게 팔아먹고 수출용은 싸게 팔기?
우리 자본이 우리 국민에게 해주는게 뭔지 궁금하네요.
sc제일은행이나 gm대우가 들어와서 달라진게 있나요?
A-Typical // 예. 32개 가량의 산업 자본이 국내 현행법 제한 한도를 넘는 금융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 중 Bayerische Landesbank (지분율 100%), Deutsche Postbank AG (지분율 50%)와 오스트리아의 RZB (지분율 81.2%), 네덜란드의 BNG (지분율 50%) 네 곳은 금융사의 과반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