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4월 12일
사람들이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
사진블로거가 되겠다느니 뭐라느니 떠들어 놓고는,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하고야 마는 의지박약의 kalay입니다. 오늘은 요새 영화 『sicko』의 개봉과 함께 유명해진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전번에는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대운하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이하 당연지정제) 폐지에 묻혀 사장되어 있던 금산분리 철폐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그때는 '알리기 위해서' 글을 썼었지요. 반면에 이번에는 '제대로 알리기 위해' 글을 한번 써 볼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처음 제시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를테면 당연지정제의 폐지는 부자들의 건강보험 탈퇴를 용인하는 처사라던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보험재정 부족으로 기초생활수급자, 그러니까 건강보호를 받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보장을 받지 못한다던가 하는 것들이었죠. 관련 과정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 당황스러운 말들인데, 불행히도 이런 식의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네티즌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더군요.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무지가 결국 당연지정제 폐지에 힘을 실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저또한 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네티즌 사이에 떠돌고 있는, 당연지정제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도로,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한 모든 국내 요양기관은 국민 건강보험과의 계약을 맺고, 건강보험 환자들에게 보험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 40조에
제40조 (요양기관) ①요양급여(간호 및 이송을 제외한다)는 다음 각호의 요양기관에서 행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공익 또는 국가시책상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등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기관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개정 2003.09.29, 2006.10.4] [[시행일 2006.11.1]]
1. 「의료법」 에 의하여 개설된 의료기관
2. 「약사법」 에 의하여 등록된 약국
3. 「약사법」 제72조의12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희귀의약품센터
4. 「지역보건법」 에 의한 보건소·보건의료원 및 보건지소
5.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에 의하여 설치된 보건진료소
②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급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설·장비·인력 및 진료과목등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요양기관을 종합전문요양기관 또는 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할 수 있다.
③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종합전문요양기관 또는 전문요양기관으로 인정된 요양기관에 대하여는 제39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절차 및 제42조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비용을 다른 요양기관과 달리 할 수 있다.
④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 [개정 2004.1.29] 제7조 (자격취득의 시기) ①가입자는 국내에 거주하게 된 날에 직장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의 자격을 얻는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그 해당되는 날에 각각 자격을 얻는다. [개정 2001·5·24] 1. 수급권자이었던 자는 그 대상자에서 제외된 날 [[시행일 2001·10·1]] 2.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이었던 자가 그 자격을 잃은 날 3. 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이었던 자는 그 대상자에서 제외된 날 4. 유공자등의료보호대상자로서 제5조제1항제2호 가목의 규정에 의하여 건강보험의 적용을 보험자에 신청한 자는 그 신청한 날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자격을 얻은 경우 당해 직장가입자의 사용자 및 지역가입자의 세대주는 그 내역을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자격취득일부터 14일 이내에 보험자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4항에 주목)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하고, 국민 건강보험의 실질적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부자들이 국민 건강보험을 탈퇴할 것이고, 그러면 보험재정이 붕괴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시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당연지정제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논지를 몇 단계쯤은 비약시키고 있는 주장이지요. 위의 법조문이 언급하고 있듯이, 당연지정제는 '국내의 모든 요양기관은 건강 보험 환자에 대한 요양 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 라는 내용의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역은 '누구나 마음대로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가 아니라 '요양기관들은 선택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거부할 수 있다' 가 되겠지요. '모든 국민은 국민 건강 보험에 가입해야만 한다'는 것은 당연지정제와는 아무 관계 없는, 당연 가입제의 내용입니다. 이 또한 국민 건강보험법에서
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이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것이, 당연지정제나 당연가입제나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라거나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의료급여는 요양 기관에서 행한다. 국내의 모든 병원 약국 등 아래에 언급한 것을 요양기관이라 한다.', '가입자는 국내에 거주하게 된 날에 보험 가입자로서의 지위를 얻는다' 라는 식으로 '당연'하게 이끌어 가고 있네요. 뭐 각설하고, 이처럼 당연지정제와 당연가입제는 명백히 다른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당연가입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용인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인과관계라면 성립할지도 모르지만요. 도식화하자면, '당연지정제 폐지 → 당연가입제 폐지'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으나 '당연지정제 폐지 = 당연가입제 폐지'는 명백히 잘못된 개념이라는 뜻입니다. 당연히 위에서 언급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부자들이 건강보험에서 탈퇴할 것이다' 라는 주장은 거짓이거나 비약이 되는 거지요. 이렇게 하나의 오해가 풀리는 거고요. 여기에 묶어서 설명하자면, 혹여 건강보험 재정이 붕괴한다 해도 의료보호가 중단되지는 않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 등의 의료 보호 수혜자들은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고, 애초에 건강보험의 보장 대상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위에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7조의 1항을 보시면 수급권자는 건강보험의 가입자 자격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지요. 그들에게 주어지는 의료보호 혜택은 건강보험 재정이 아니라 조세를 재원으로 해서 이루어지므로,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보호라는 사회적 안전망 체계는 완전히 관계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오해는, '당연지정제 폐지는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위한 것이다' 라는 주장입니다. 이러한 오해 또한 당연지정제의 의미를 명백히 알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위의 설명을 읽어보시면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료보험 국영화의 포기와 같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포기는 능동적인 개념이며, 의지가 개입된 개념입니다. 반면에 당연지정제 폐지는 '국영 의료보험을 버리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영 의료보험을 가지고 잘 해보려다가 실패하는' 경우에 가깝죠. 이 경우도 위와 마찬가지로 인과관계는 성립하나 동일관계 내지 당연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는 더 나아가 당연지정제 폐지가 건강보험 민영화를 '위해서'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민간 건강 보험 회사들의 로비에 정부 정책이 놀아나고 있다는 거죠.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부는 제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당연지정제 폐지론이 맨 처음 제기(이건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때의 일이죠)되었던 이유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로비에 의해 만들어진 안건일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당연지정제 폐지론이 제기된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과 비정상적인 수가제도입니다. 의료보험 재정 파탄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참고를 위해 몇 년 동안의 의료보험 재정 결산 상태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98년 - 보험료 6조 1072억원, 보험급여비 6조 8967억원 : 7895억원 적자
99년 - 보험료 7조 2911억원, 보험급여비 7조 9480억원 : 6569억원 적자
00년 - 보험료 8조 6098억원, 보험급여비 9조 2856억원 : 6758억원 적자
01년 - 보험료 11조 3227억원, 보험급여비 13조 1956억원 : 1조 8729억원 적자
02년 - 보험료 13조 8117억원, 보험급여비 13조 8237억원 : 120억원 적자
03년 - 보험료 17조 283억원, 보험급여비 14조 8935억원 : 87억 5천만원 흑자
04년 - 보험료 18조 9567억원, 보험급여비 16조 2654억원 : 87억 5천만원 흑자
05년 - 보험료 20조 4960억원, 보험급여비 18조 3936억원 : 89억 7천만원 흑자
보시는 바와 같이, 02년 이전으로 건강보험료는 어마어마한 적자율을 내다가, 03년도부터 흑자로 돌아섭니다. 이것만 보면, 이 상태로 계속 나가면 언젠가는 저 적자도 다 메울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저 통계는 어디까지나 대외공개용으로, 딱 한가지 지표만 더 들어가면 통계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바로 '국고 보조금'이죠. 00년 이후, 의약분업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흔들리자 국고 보조금은 기존의 1조원 이하에서 급격히 상승, 1조원을 넘게 됩니다. 국고 보조금의 증가폭과 그로 인한 수익률 재산정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하에서 국고보조금은 담배부담금을 포함합니다)
00년 - 보험료 8조 6098억원, 보험급여비 9조 2856억원, 보험료 중 국고보조금 1조5527억원
01년 - 보험료 11조 3227억원, 보험급여비 13조 1956억원, 보험료 중 국고보조금 2조 6250억원
02년 - 보험료 13조 8117억원, 보험급여비 13조 8237억원, 보험료 중 국고보조금 3조 139억원
03년 - 보험료 17조 283억원, 보험급여비 14조 8935억원, 보험료 중 국고보조금 3조 4238억원
04년 - 보험료 18조 9567억원, 보험급여비 16조 2654억원, 보험료 중 국고보조금 3조 4830억원
05년 - 보험료 20조 4960억원, 보험급여비 18조 3936억원, 보험료 중 국고보조금 3조 6948억원
보시는 바와 같이, 국고보조금의 증가폭이 흑자의 증가폭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적자라는 거죠. 이러한 파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여러가지 방법론 중 하나가 바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입니다. 당연지정제 폐지 또한 허공에서, 부유층만을 위해 나온 제도는 아니라는 거지요.
정부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해 타개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현재의 비정상적인 수가제도입니다. 수가는 건강보험공단측에서 진료행위를 한 의사들에게 주는 진료비입니다. 수가는 대개 '원가 + 부가율' 로 계산되며, 여기에는 투자에 대한 적당한 수준의 이윤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의사들도 자선사업가는 아니고, 원가만 받으면서 일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수가를 계산하는 방식은 크게 나누어 행위별 수가제(FFS:Fee-For-Service)와 봉급제, 인두제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행위별 수가제와 봉급제를 채택하다가 점차 DRGs, RBRVS등의 수가제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뭐, 복잡한 부분은 대충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수가 체계가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점입니다. 요새 의사들이 성형외과 등의 소위 '돈 되는' 과로만 몰리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 의사들의 사명감 문제도 있긴 하지만,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가 무엇보다도 큰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성형외과 의사는 간단한 성형수술 한번에 2~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의사 두명이 달라붙고 레지던트 몇명에 간호원 몇명이 필요한 대수술을 성공시켜도 의사에게 떨어지는 것은 기껏해야 50~100만원 남짓입니다. 듣기로는, 그 수술에 참가한 '팀 전체'에 100만원 가량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네 명만 움직였어도, 한 사람 당 25만원입니다. 이런 과에서는 수술 한번 잘못 하면 소송 걸리고 멱살잡힐 일도 많죠. 이런 불합리한 수가 체계는 의사들의 인기과목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고, 의사들의 의욕을 떨어뜨립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의사들의 실정이 이렇다보니 전문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의 기타 의료인력들에게 떨어지는 돈은 더욱 적을 수밖에 없죠. 이러한 문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정부는 의협 측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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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참 길고 난삽한 글입니다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못된 점에 대한 지적은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퍼가지는 말아주세요. 잘못된 점이 있으면 고쳐야 하니까요.
리플을 달기 전
'건보 민영화', '의료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등의 말은 잘못된 표현이에요. '건보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해서는 본문에 언급했고, '의료 민영화'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ps. 이렇게 써놓으니까 제가 봐도 꼭 당연지정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 같네요 ㅠㅠㅠㅠㅠ
# by | 2008/04/12 13:08 | 「연구실」 | 트랙백(5) | 핑백(1) | 덧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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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천민 자본주의'가 판치는 상황이라 독이될 가능성이 99.9999.... %로 100%에 수렴하는것이군요[..]
결국은 천민 자본주의 으악.
니트 // 저거 되면 진짜 보험회사는 대박...
민성 // 물론이죠. 손은 대야 하는데, 대는 방법이 잘못되어 있다는 겁니다.
수이밍 //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그거까진 고려를 못 했네요. 문단간에 한 줄 정도를 뒀는데, 이젠 좀 보기에 괜찮을까요?
아방가르드 // 야 너도 이거 전공하잖아(...)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다시한번 찬찬히 읽어봐야될듯,
그런데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적자는 어떤 방법으로 매꿔야하는 것일까?!
첫째. 이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 착오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저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당연가입제에 반하는 행동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당연지정제만 폐지되었을 때, 당연가입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용인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당연지정제 폐지에 이은 당연가입제 폐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당연지정제의 성격'을 나타내기 위한 서술입니다. 실제로 본 글에서 저는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곧 당연가입제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밑에서 두번째 문단) 저 문장의 뜻을 도식화하자면,
'당연지정제 폐지 ≠ 당연가입제 폐지'
라는 겁니다. 물론
'당연지정제 폐지 → 당연가입제 폐지'
의 가능성은 열어뒀고요. 밑에서 두번째 문단에서, 저는 ellouin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상당히 유사한 논지전개를 통해 '당연지정제 폐지 → 당연가입제 폐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연지정제 폐지 = 당연가입제 폐지' 라고 말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의 비약이며, 오류입니다. 그렇기에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당연가입제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용인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라고 '당연지정제 폐지'의 성질을 밝힌 것입니다. 둘이 비슷비슷해서 약간 착오가 생기는 모양인데, 이러한 논리 구조를 다른 분야에 적용시키자면 "형법상 간통죄의 폐지가 간통이라는 민법상 이혼사유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이 경우에도 '형법상 간통죄의 폐지 → 민법상 간통 이혼사유 부정' 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법상 간통죄의 폐지 = 민법상 간통 이혼사유 부정' 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둘째. '포기'는 굉장히 능동적인 개념입니다. 포기'하기 위하여'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 '포기'고, 저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국영 건강 보험을 포기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없이 잘 해보려고 하다가 말아먹는' 케이스에 가깝다고 생각하고요. 아래에서
[당연지정제 폐지가 건강보험 민영화를 '위해서'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민간 건강 보험 회사들의 로비에 정부 정책이 놀아나고 있다는 거죠.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부는 제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당연지정제 폐지론이 맨 처음 제기(이건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때의 일이죠)되었던 이유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로비에 의해 만들어진 안건일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당연지정제 폐지론이 제기된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보험 재정의 파탄과 비정상적인 수가제도입니다.] 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당연지정제 폐지로 인해 결국 국영 보험이 몰락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당연지정제 폐지의 목표는 결코 아니라는 거지요.
셋째.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한 수가제도 개혁은 좀 우스운 방향으로 이루어지는데, 그건 '민간 보험이라면 이렇게는 안한다' 라는 식의 투정이지요. 이는 엄밀히 말해서는 개혁이라기보다는 '불만을 잠재우는 정도'의 것입니다만, 분명히 수가제도 개혁이라는 맥락에서 논의된 것이지요. 저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해 수가제도를 개혁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그렇게 치밀하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수가 제도를 개혁하려고 논의되었다' 는 점입니다. 본 글의 논점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보자면
첫째는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을 알리려는 점
둘째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서민 죽어라' 라는 발상으로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거기에 반대한다는 점
이렇게 나눌 수 있는데, 수가제도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읽어보시면 맥락상 느끼실 수 있으시겠지만) 둘째에 포함됩니다. 그게 효과적이건 아니건, 맞는 방식이건 아니건(오히려 이 점에 대해서는 셋째 부분에서 '그게 맞는 방식이 아니다' 라고 언급하고 있지요) 여튼 '그러려고', '나름대로 잘 해 보겠다고' 등장한 논의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하면 수가제도가 개혁된다' 라고 하지 않고 [정부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통해 타개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현재의 비정상적인 수가제도입니다.] 내지 [이러한 문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라는 문장으로 정부의 '의도'만 밝히고 있는거지요.
bzImage // 그건 또 무슨 막장인가요(...) 근데 애초에 저 적자덩어리를 끌어안을 사람이 있긴 한가요? 저걸 끌어안으려고 한다면 그건 엄청나게 관대한 자선가거나 아니면 뭔가 흉계가 있는 사람일 듯 하네요.
많은데 제대로 설명해주는 곳이 없더군요;(시각도 편향적이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를 민간보험회사의 참여로 해결하는 방법은 최악의 결과를 나을 수 있겠군요.
문제는 보험재정 적자 문제인데, 다만 어느 나라의 보험제도나 완벽한 제도는 없다는것을 이해하는
선에서 차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군요.
장기치료를 요하는 환자이외의 일반 감기나, 예를 들면 1주일-2주일 이내의 처방으로 치료될 수 있는
가벼운 질병의 경우에는 약값을 100% 본인부담으로 전환한다면, 어느정도 적자폭의 감소가 가능한지요?
pasnug // 실제로 일반 감기 등의 가벼운 치료에 대한 급여를 중단하여 적자폭을 감소시키자는 논의는 나왔습니다. 하지만 생활 환경 상 빈민층(차상위 계층을 뜻합니다)이 그런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다른 건 유지시키는 상태에서 가벼운 질병의 보장성만을 축소한다면 그건 사실상 빈민층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점 때문에 기각됐지요. 아 정말 쉬운건 하나도 없는가 봅니다(...)
바로 [급격한 보험료 인상] 인데요, 지금 현재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보험료 인상율은 연간 3% 정도밖에 안됩니다. 물가 안정등의 문제로 억누른 티가 나는데요, 그 직전해에 6% 올렸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2~3년간 착실하게 보험료를 올리면 그럭저럭 먹음직스런 파이로 변신할수 있습니다. 물론 물가는 캐안드로행.
입원 치료의 경우에도, 수가가 20만원 이하인 치료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그 결과로 입원 보험료의 50% 이상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파레토 법칙이 이상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라서, 저가 서비스를 완전히 끊어버리면 충분히 가능은 합니다만, 국민건강보험 자체가 [수익자를 넓히고] [보장영역을 넓히는] 물량 위주의 정책이라서, 그걸 뒤집어 엎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제일 크지요. 감기 치료받는데 4천원에서 갑자기 12000원 이상으로 뛰면 "이게 다 2MB 때문이다" 라는 불꽃슛소리가 울려퍼지겠지요.
보험이 민영화 되는것이 아니고, 민간 보험과 병행해 운영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죠.
보험료 인상도 민간보험도입처럼 위험한 것이 인상된 보험료가 제대로 쓰일까 하는 의심이 있습니다. 포퓰리즘적인 멋내기용으로 돈을 써버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것이죠. 돈 쓰는 사람이 공무원이랑 정치가니까...
(유시민 전 장관의 입원환자 밥값 보험료로 해주기를 보세요-_ -)
교회갔다 오는 길에 '아 맞다 조세저항도 있지' 했는데 두 분이 잘 설명해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더구나 직장의보 수혜자는 생각보다 의보의 혜택을 보지 않는 계층 - 산업재해는 산재보험이 커버해주고, 직장에서 한참 일하는 연배는 내는 보험료가 돌려받는 보험료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연배입니다. - 이기 때문에, 보험금융회사 입장에서 고수익을 올리기 쉬운 대상이기도 하죠. -_- 중소기업체의 경우도 직접적으로 연계된 대기업과의 자금흐름 측면에서 직장의료사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진짜 위험한 건 직장의보입니다.
이게 제가 당연지정제 폐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아 근데 한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 당연지정제의 폐지와 대기업의 자체적 직장의보시스템 구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기관과 보험공단간의 계약관계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이를 따라 직장의보 체계를 구축한다는 말은 직장의보의 주체를 사보험으로 바꾼다는 뜻이겠지요. 이 때, 이러한 전환책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접근성 좋은 병원들이' 사보험과 계약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삼성에서 '우리 삼성생명이랑 계약했고, 삼성병원이 그 산하 병원으로 지정됐으니까 아프면 그리로 가 봐' 라고 해서는 폭동이라도 일어나겠지요. 적어도 '우리 직장의보 이제 삼성생명이랑 계약하기로 했고, 산하 병원은 노원구에 어디, 성북구에 어디, 영등포구에는-' 이 정도 수준은 나와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노원구의 어디, 성북구의 어디, 영등포구의 어디' 같은 동네병원은 건강보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은 국민건강보험이 가장 넓은 가입자 풀을 가진 보험이고, 거기서 탈퇴하면 환자 수가 뚝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요.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범지역적 담합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동네병원은 함부로 국민 건강 보험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겁니다. 이처럼, 당연지정제'만'의 폐지가 바로 직장의보 주체를 바꿔버릴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그 사이에도 일정한 과정이 필요할텐데, 그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제6조 (가입자의 종류) ①가입자는 직장가입자 및 지역가입자로 구분한다.
②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은 직장가입자가 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를 제외한다. [개정 2000·12·29, 2004.1.29, 2006.10.4] [[시행일 2006.11.1]]
1. 1월 미만의 기간동안 고용되는 일용근로자
2. 「병역법」 의 규정에 의한 현역병(지원에 의하지 아니하고 임용된 하사를 포함한다), 전환복무된 사람 및 무관후보생
3.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공무원으로서 매월 보수 또는 이에 준하는 급료를 받지 아니하는 자
4. 기타 사업장의 특성, 고용형태 및 사업의 종류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의 근로자 및 사용자와 공무원 및 교직원
③지역가입자는 가입자중 직장가입자와 그 피부양자를 제외한 자를 말한다.
④제2항제4호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 및 사용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직장가입자가 되거나 탈퇴할 수 있다. [신설 2000·12·29]
라는 법규정에 의해 '지정'이 아니라 '가입'의 범위에서 취급이 되거든요. 당연지정제'만' 폐지된다면, 위의 예에서 삼성은 ''우리 직장의보 이제 삼성생명이랑 계약하기로 했고, 산하 병원은 노원구에 어디, 성북구에 어디, 영등포구에는-' 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직장의보로 삼성생명'도' 쓰기로 했다. 산하 병원은-' 이렇게 나와야죠. 왜냐하면 그것도 '가입'의 범주니까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물론 당연지정제 폐지만으로는 보험사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정제의 폐지' 이며, '혹시 있을지 모를' 내지 '꼭 있을 거 같은' 추가적 제도의 개편을 끌어들여 논의를 전개했다가는 이전과 같은 오류-이를테면 당연지정제 폐지=당연가입제 폐지라고 생각해버리는 등의-가 또다시 양산될 거 같아 본문에는 추가하지 못하고 궁금한 점을 질문드린 겁니다. '과연 어디까지 건드릴까' 는 제 지식범위로는 (전공자니 뭐니 해도 이제 전공 겨우 1/3 학기 들었을 뿐인 2학년입니다 OTL) 추측하기에 무리가 있어서 말이죠. 그래서 당연지정제'만' 폐지한다고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해서 약간 빈약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범개혁적 시선으로 보아주신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예랑 // ....누구신가요;;
당연지정제를 안바꾸고 해결을 하려면 국공립 병원을 대폭 늘리고, 보험료를 꽤 올려야 하는데 그럴 돈이 없죠...
ellouin // 답변드렸습니다. 그리고 칼쳤어요 ㅠㅠ 오해의 소지는 미리 제거해야..
RARA // 문제상황은 확실한 듯 보입니다. 문제제기가 명확하다면 이제 다음으로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은 당연지정제 폐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부작용 적고 효과 좋은 방법인지 여부입니다. 저는 부작용이나 효과 양측 모두에서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고요. 그 내용이 원 글의 아랫부분에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논지가 자꾸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분리시켜 버렸습니다. 그냥 간단하게만 요약하자면 당연지정제 폐지는 이러한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worst 에 가깝다..라고 하겠습니다.
2. 땅으로 떨어진다. (경쟝력있는 의료기관 건강보험 탈퇴 후 의료비 인상 --> 중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보험 가입 --> 건강보험 필요성 감소함으로 당연가입제 페지 요구 발생)
3. 땅바닥에 부딪친다. (당연가입제 페지)
4. 죽는다. (돈 없는 사람끼리 건강보험함으로 부실화 --> 돈없으면 죽어야지)
말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땅바닥에 부딪히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
그렇지만 99.9999%는 땅바닥에 부딪치게 되지...
안타깝게도 당연지정제 폐지 이후 타게 될 테크트리는 '당연히' worst일거라는게...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는 점이 아닐까요...
애초에 이 방안이 처음 나왔던 DJ때부터 현실화되지 않은 이유가...
그런 결과를 예상한 이들의 극심한 반대와..
뾰족한 해결책을 만들지 못한 정부때문이 아닐런지요...
이전의 2개 정부도 알고는 있었지만 못했고...
실시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주장하는 이 정부의 대안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건 추진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님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현 정부의 주장을 누가 믿겠습니까....
에인샤르 //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worst'의 방안이라는 것과 현 정부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만, 말하고 싶은건 '까려면 알고 까라' 는 거지요.
첫째. 당연지정제 폐지가 오히려 선택권의 박탈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잘못 됐을 때' 얘기지만, 지금의 형태라면 '잘못될 가능성' 이 거의 지배적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둘째. 시스템적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면, 견제를 통해 어떻게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힘들겠지만 가능함의 차원에서-, 시스템의 문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요.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대대적인 '시스템 변경'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그 이후에는 어떻게 손댈 도리가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교육이 그럴진대, 의료라도 그렇게 되지 않게 해야죠. 영화 sicko에서 마이클 무어가 말합니다. "여러분, 만약에 누가 교육기관을 영리기관으로 만들어 그들이 학생들에게서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자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시겠죠? 여기(영국 또는 캐나다) 사람들은 우리의 의료체계를 보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뭐 대충 이런 투였는데, 저는 그걸 보고 '아 우리나라는 교육조차 학생들 등골을 못 뽑아먹어서 혈안이 되어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교육만 놓고 봐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관리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의료기술의 발전과 급속한 노령화로 예상되는 기하급수적 의료비의 증가를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떻게 되든 간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당연지정제가 40조 4항에 요양급여에 관한 내용이라면 요양기관이 공단과 강제적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건 40조 1항을 얘기하는 것이고 당연 계약제라고 얘기해야하나요? 그리고 이거도 폐지가 되는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당연지정제 폐지가 당연가입제 폐지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중간에 이 계약 폐지가 먼저 일어나야 되지 않을가 싶네요?
직장 의보도 참 궁금합니다. 그 회사가 건강보험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고 따른 보험회사와만 계약을 할 수 잇는지..?
직장의보의 경우, 당연가입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회사가 건강보험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건 당연지정제가 아니라 당연가입제의 문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