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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머리도 깎고, 친구들 전화번호며 주소를 작은 수첩에 적어넣고 있자니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어렴풋하게만 느껴지던 것이 이제는 좀 더 명확하게 눈앞에 떡 나타나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는 안개 속에 있었던 것만 같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는 아무리 가까이 가도 장애물이 보이지 않다가, 진짜 장애물에 부딪힐 정도 거리까지 접근하면 마치 장애물이 땅에서 솟기라도 한 양 불쑥 튀어나오곤 하지요. 그것처럼, 마치 영장이 어제 나오기라도 한 양 이모저모로 혼란스럽습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갑자기 튀어나온 군대라는 장애물을 눈앞에 두니까- 뭐 슬프다거나 쓸쓸하다기보다는 짜증이 나네요. 진짜 짜증입니다. 시험 공부같은거 하다 보면 갑자기 턱 막힌 느낌 들고 그럴 때 있잖아요. 특히 암기공부 할때 막 도저히 진도 안 나가고 그러면. 그런 짜증이 먼저 확 닥쳐옵니다. 
 다른 사람들은 불안하다거나, 걱정된다거나 하는데 전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거기서 뭐 사고가 날거 같다거나 그런 느낌도 안 들고, 그냥 남들이랑 비슷한 그저 그런 군생활 하다 오겠지. 싶습니다. 근데 그냥 가기 짜증나요. 
 뭐- 어쩌겠습니까. 다녀와야죠. 이제 이런 얘기해봐야 달라질 것도 없고. 그런데 이것저것, 군대가기 전에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는 건 어찌할 수가 없네요.
 이 아쉬움을 담아, 과 홈페이지에 아래와 같은 글을 써놓고 왔습니다. 잘한 짓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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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으로 갑니다

여러분 학교 생활 열심히 하세요

몇몇 후배한테는 말해줬지만

08도 09도

겁내지 마세요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 부딪혀 보세요

여러분이 지금 하는 소소한 실수들은, 지금 당장은 되게 크게 느껴지겠지만

나중에는 그 실수를 못해본 게 되게 안타깝게 느껴진답니다

그렇게 보면 사람 뼈랑 되게 비슷한 것 같은데

완전히 박살나면 그거는 그거대로 문제지만

실금 하나둘 정도 나는 건 오히려 뼈를 튼튼하게 만들지요

뭐 도박을 하거나 다단계를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거나(...) 하는 거 아니면 지금 저지르는 작은 실수들은

그냥 실금 정도에 불과할 테니까요

겁내지 말고 나중에 후회 안하게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보세요

대학 가면 이건 해봐야지! 이런 거 있잖아요

가수 콘서트도 좋고, 미술관에 가보는 것도 좋지요.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걸 배워도 되고, 동아리에 드는 것도 좋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진짜 이것저것 한번 해보세요.

그게 결국 여러분한테 양분이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해보고 싶었던 것 잠깐 제껴두고 불쌍한 군인에게 편지 한통 보내주시는 것도 좋음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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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썼듯이
군대 가면 편지가 유일한 낙이고 희망이래요
논산 훈련소 홈페이지(http://www.katc.mil.kr/) 에서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대요
.....편지좀 많이 부탁드려요 ㅠㅠ

by kalay | 2009/03/22 23:41 | 「관찰일지」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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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방가르드 at 2009/03/22 23:48
내일 보자 (...)
Commented by kalay at 2009/03/23 00:06
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dhunter at 2009/03/23 11:12
'이름'을 올리셔야 편지를.... (난감)
Commented by aerial at 2009/03/23 11:51
내가 편지 써줄게. 잘 다녀와라.
Commented by KHAN at 2009/03/31 15:10
칼님...결국 입대 하신건가요?...ㅠㅠ 편지로 보내드리죠. 휴가나오면 만나 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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