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통제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C4I [하나마나한 말들]


1. 과거의 전쟁

 전투의 규모는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졌지만, 별다른 통신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과거 어느 시대의 전투를 생각해보자. 나폴레옹 전쟁 정도를 생각하면 적절할 것이다. 전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지휘관은 척후병을 통해 수집된 정찰정보를 최대한 이용하여 작전을 세우고 그 작전을 휘하 장수들에게 하달한다. 전투가 개시되면 휘하 장수들은 지휘관의 의도에 부합하게 병력을 운용하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새로운 정보가 입수된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는 전령을 통해 지휘관에게 전달되고, 지휘관은 이 정보를 고려하여 휘하 각 부대에 새로운 명령을 전달한다. 물론 명령 전달은 전령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체계 하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다. 척후병은 종종 적에게 사살당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곤 했으며, 전령이 행방불명되거나 길을 잃어 정보나 명령이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보와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는 경우에도 문제는 존재했다. 전령과 척후병이 오가는 시간이 너무 길어, 급변하는 전장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적이 전진한다는 전령을 보내고 명령을 기다리는 사이에 적이 후퇴하거나, 적의 약한 좌익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실은 전령이 부대를 향해 말을 달리는 사이에 적 좌익의 전력이 대폭 증강되는 등의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곤 했다. 

 부대 간의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 작전에서 이러한 약점은 더욱 심화되었는데, A부대가 지휘관에게 전령을 보내고, B 부대가 지휘관에게 전령을 보내고, 지휘관이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합해서 A,B 각 부대에 명령을 내리는 긴 과정의 끝에야 지휘관의 통제 하에 부대 간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 전투의 상당 부분은 지휘관의 의도에 의해 수행되기보다는 최초 수립된 작전에 입각한 각 휘하 부대장들의 재량에 의해 수행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부대장의 독자적 판단이 지휘관의 의도와는 어긋나는 경우 또한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과거 전쟁 지휘 방식의 문제점을 결정적으로 보여준 전투가 바로 워털루 전투다. 워털루 전투 당시 그루시 원수는 프로이센 군을 추격하라는 나폴레옹의 최초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3만에 달하는 병력을 이끌고 전투와는 관계 없는 곳을 헤매고 다녔는데, 이는 결코 나폴레옹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때문에 나폴레옹은 그루시에게 전장으로 돌아올 것을 명령하였는데, 이를 위해 보내진 전령이 행방불명되고 말았다. 결국 그루시는 계속해서 의미 없는 방황을 할 뿐 전투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루시 휘하의 병력이 조기에 전장에 합류했다면, 전투의 양상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지휘전달체계의 문제점 때문에, 전투의 승패가 갈리고 만 것이었다. 


 2. C3I의 도입

 위에서 언급한 지휘전달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 C3I 체계이다. C3I란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 Intelligence 즉 지휘, 통제, 통신 및 정보의 약어이다. 이러한 요소를 통합하여 통합적인 지휘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C3I의 본질인데, 이 중 C3I의 성립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소는 Communication, 바로 통신이었다. 특히 2차대전때부터 적극적으로 사용된 무전기는 전장의 상황을 완벽히 바꾸어 놓았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은 2차대전 초기의 프랑스 전역. 독일군은 전차마다 무전기를 탑재하고 지속적인 정보 교류와 유동적인 전술 운용을 통해 프랑스군을 격파하였다.

 C3I가 도입된 군대의 전투를 한번 상상해 보자. 대한민국군 또한 C3I 체계를 갖추고 있으니 대한민국군을 떠올려도 될 것이다. 전술의 결정은 지휘통제소에서 이루어진다. 지휘통제소의 무전망으로 전방 정찰부대가 입수한 정보가 계속 전해진다. 정보의 전달은 과거와 달리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지휘관은 지휘통제소에 앉아있으면서도 전장 전체를 관측할 수 있게 된다. 참모들과 휘하 작전병들은 무전으로 전해진 전장 정보를 계속해서 전술지도에 반영하고, 최적의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전투상황에서도 일선 지휘관들은 얻어지는 정보를 계속해서 지휘통제소로 전달하며, 지휘통제소는 이를 종합하여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명령을 하달한다. 모든 과정이 무전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시간차는 발생하지 않는다. 부대 간 연계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 또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단, 정보가 결국 지휘통제소에서만 종합된다는 문제가 있다. 모든 정보를 무전기를 통해 모든 부대에게 전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 부대와 개인이 가지게 되는 정보는 직접 수집한 정보와 지휘통제소에서 선별적으로 전달한 정보로 제한된다. 이 과정에서 지휘통제소가 필수적인 정보를 누락할 경우 일선 지휘관의 전술판단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정보의 변질이 문제되기도 한다. 정보가 주로 무전, 즉 말의 형태로 전달되다 보니 발송자측의 부정확한 발송이나 수신자측의 착오 등에 의해 본래 의도와는 다른 정보가 돌아다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말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게 되므로, 이를 판독하여 전투정보시스템에 반영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흔히 지적된다. 정보가 지휘체계를 통해서만 전달되므로 각 부대 간 연계가 늦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예컨대, 포병지원이 필요할 경우 C3I 체계 하에서는 포병부대에 바로 연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통제소에 요청을 한 후 지휘통제소가 포병에 포격명령을 내리는 형태로 연계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 손실은 급변하는 현대 전장에서는 무시하지 못할 요소이다.

 
4. C4I 체계

 위에서 언급한 C3I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나은 전투정보전달 및 지휘전달체계 확립을 위하여 각국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C4I 체계이다. C4I는 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 Intelligence의 약자로서, 기존의 C3I 체계에서 정보 전달 수단으로 이용되던 무전을 컴퓨터 네트워크로 대체하고 지휘통제소의 정보 판독 및 반영을 자동화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수행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C4I 체계가 갖춰지면, 정보는 주로 컴퓨터 단말을 통해 전달된다. 적을 발견한 정찰조는 더 이상 무전기를 붙잡고 "전방 1km 지점에 적 전차 17대 발견! 동쪽으로 이동중입니다!" 라고 외치지 않는다. 그저 단말기를 꺼내 들고, 단말기에 표시된 지도 위를 몇 번 클릭할 뿐이다. 정찰조가 단말기에 발견된 적 정보를 입력하면, 이는 즉시 다른 모든 부대나 개인이 가진 단말기에 반영되어 표기된다. 물론 지휘통제소의 전자 전투정보시스템에도 마찬가지. 참모진은 지도 위에 적 전차를 표시하거나, 도착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적 전차의 속도와 거리를 계산기에 두드려넣을 필요가 없다. 정찰조가 속도와 이동방향을 입력하는 즉시 전투정보시스템의 컴퓨터가 자동으로 필요한 정보를 모두 계산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어진 2차 정보 또한 즉시 전 병력의 단말기로 전송된다.

 모든 정보가 모든 부대단위에 공유되기 때문에, 부대 간 연계나 상호 지원은 훨씬 용이해지며 명령 및 정보 전달 과정에서의 시차도 극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보의 변질가능성이 적어짐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보의 수신자가 받는 정보가 송신자가 입력한 "바로 그 정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전의 C3I 체계에서 포격요청이 "포격 요청한다. 좌표는 CG 264891..." 의 형태로 이루어졌다면, C4I 체계에서는 적 위치를 지도에 입력한 뒤 포격지원 요청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정찰조가 보낸 정보를 받은 아군 상위 편제가 정찰조가 요청도 하기 전에 지원수단을 투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군의 위치변화 또한 즉각적으로 전 부대에 공유되는데, 이는 아군 간 오인사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군의 위치 또한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다른 아군 병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몰라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경우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컴퓨터의 정보처리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또한 C4I 체계의 장점이다. 컴퓨터는 2차정보를 생산하기도 하며, 인접부대 및 타군의 정보를 통합하여 선택가능한 전술기능들의 목록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예컨대 "여기여기에 적 지휘소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이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사용가능한 수단으로 현재 155mm 자주포 2개 포대가 있으며, 타군 지원가능 수단으로 KF-16 전투기 1개 편대가 있습니다." 라는 정보를 디스플레이에 띄워준다는 것.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자동적으로, 거의 즉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시간 소요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그야말로, 게임같은 전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군을 포함한 각국군은 C4I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전투정보장비를 확충하고 있으며, 이러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군 전투력의 극적인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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